marineboycircus
2017년 6월 11일
고물수레 (Grandma's Cart)
움직이는(에너지를 가진)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여러 장치들을 만들어
공연에 활용하였다. 작은 미니자동차부터 100미터는 족히 날아갈 수 있는 로켓대포,
모터 몇 개로 움직이는 장치에서 만들어지는 일루젼 등을 보며 나는 그것이 관객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였다. 그러던 찰나에 인형극 워크샵을 듣게 되었고
그 수업을 받으며 작은 인형으로 만든 서커스 공연 < 퍼펫서커스 > 를 제작하게 되었다.
나는 인형이 주는 매력에 매료되었다. 인형은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공존하기에
신비하고도 상징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로봇과 비슷한 면이 있다.
로봇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질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인간의 조종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도 있다. 나는 사람이 아닌 인형(로봇)이
얼마나 사람과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에 대해 궁금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
가장 빠른 인터넷망을 보유한 나라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최고인 이 나라 대한민국은
전체 노인의 70%는 가난에 시달리며,
황혼의 자살률이 수년째 세계 1위의 나라이다.
폐지 줍는 노인들에 관한 이야기는 수많은 매체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나의 작업실로 향하는 찻길 옆 인도에는 몇 개월째 낡고 녹슨 리어카가 같은 자리에 서있었다.
키가 2미터는 되어야 실을 것 같은 높이에 높게 쌓아 올려진 박스더미를 보니
누가 주인일까 궁금했지만 끝내 알 수는 없었다. 아직도 그 녹슨 리어카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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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아직 많이 만나지 못한 지금도
고물수레 할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추웠던 날 따뜻한 캔커피를 손에 쥐어주려했던 아저씨
오늘은 많이 못 주웠네 말하시며 지갑속의 4000원을 건내준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껴안더니 뒤돌아 한없이 눈물을 흘리시던 중년의 아주머니
할머니를 따라 로봇처럼 걷던 철없는 아이들
할머니에게 박스를 주워주던 고사리같은 손의 꼬마아이
수레를 보고 치나지려다 다시 돌아와 밀어주시던 할머니
공연중에 주저앉아버린 할머니를 어찌하지 못해 눈물만 흘렸던 나
...
고물수레는 그렇게 관계와 관계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이 작품은 막 세상으로 나왔고
이제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할머니와 내가 함께 세월을 보내고
시간이 많이 흘러 내가 할아버지가 되었을때까지
할머니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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